🥂1차 음주가드닝; 질문을 준비하며 나눈 대화

참여자: 승요, 보영(앨리스), 현욱

Q. 당신의 말문을 막히게 하는 나쁜 질문은 어떤 질문인가요?

현욱: 개인적인 질문이요. 우리나라는 처음 만나면 나이 한번 묻고, 결혼 유무부터 시작해가지고 이것저것 물어보잖아요. 그거 되게 안 좋아해요. 나의 이야기를 나의 입으로 하는 걸 별로 좋아하지 않아요. 들어주는 건 되게 좋아하거든요.

승요: 근데 현욱 쌤. 그 들어주는 것 자체가 저는 사실 내가 얘기를 듣는 걸 좋아한다기보다 말하기 귀찮으니까 듣는 편을 선택하는 것 같기도 하거든요. 현욱 쌤은 어때요? 진짜로 듣는 행위가 재밌는 거예요?

현욱: 저는 약간 제가 그나마 특기라고 할 수 있는 게 듣는 것 같아요. '아 듣기 싫어' 까지는 아닌데요. 내가 굳이 듣기를 원하지 않지만, 항상 말을 하는 사람들이 있어요. 근데 그런 사람들이 있잖아요. 괜히 본인 얘기 다 하고 나서 '너한테는 다 얘기할 수 있는 것 같아' 그런 말들을 많이 듣는 편인 것 같아요.

보영: 요즘 깨달은 건데 저도 대화할 때 듣는 편이긴 하지만, 말하는 걸 싫어하는 게 아니더라고요. 왜냐하면 나는 그 극소수에게 좋아하는 사람한테 말하기를 또 너무 좋아하고 저한테는 그 취향이라든지 그걸 나누는 게 중요한 것 같아요. 그래도 이렇게 오가는 대화를 했다는 그 느낌이 중요한 것 같아요. 친구들 대학교 동료 대학 동기 모임이 있는데 그러면 맨날 그냥 뭐 얘기하고 왔다는 느낌 한 번도 들었던 적이 없었던 거죠. 소모되는 대화만 하는 경우도 많은 거죠.

승요: 우리 같은 사람들은 진짜로 다른 사람들의 얘기를 재밌어서 듣는 거냐, 아니면 그냥 내 얘기하기 싫어서 듣고 있는 거냐? 전 이것도 궁금해요.

보영: 약간 저의 장점이자 단점인데, 사람들이 저를 처음에 되게 순하고 편안하게 보고 신뢰하는 편이에요. 그래서 저한테 되게 초반부터 자기의 진짜 성격까지 보여주는 편이라고 되나? 그래서 남의 뒷담화랑 가정사 그런 얘기까지 하거든요. 근데 저는 이제 그걸로 초반에 사람을 내가 스스로 가릴 수 있어요.

승요: 그러면은 듣는 게 재밌으세요, 그런 얘기를?

보영: 그렇지는 않은 것 같아요. 제가 그런 사람들한테 그런 걸 들어도 재밌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별로 스트레스 받지도 않는 것 같아요. 그냥 듣는 게 에너지 소모가 안 되니까 듣고 있는 거죠. 근데 요즘 힘든 건 이런거예요. 나쁜 질문 얘기로 다시 돌아 오자면요, 제가 복직을 했잖아요? 그런데 사회생활하면 다 뒤에서 누구를 욕하잖아요. 이제 그 자리에서 이제 나도 뭔가 누군가를 씹어야 될 것 같은 거예요. 그래서 10년 전에 겪었던 힘들었던 얘기를 이제 나도 얘기했어요. 그러고 저녁에 집에 돌아왔는데, 내가 그걸 굳이 왜 얘기했지 그 사람한테 말할 필요가 없는데 싶은 거예요. 나도 이제 어쨌든 갑자기 다시 사회생활을 시작하니까 신경을 썼던 거죠. 그게 너무 스트레스 받는 거예요.

승요: 그러니까 나의 답변을 후회하게 만드는 질문이 나쁜 질문이다?

보영: 한 번씩 다 돌아가면서 누군가의 욕을 하다가 나한테 '너는 괜찮아?'라고 물으면 '너도 괜찮지 않지?'라는 뜻이 내포된 느낌이어서. 그리고 제가 처음 인터뷰를 접했을 때 너무 사적인 질문들을 받으니까 사실 되게 공격적으로 느껴지고 긴장됐었거든요. '애 키우기 힘들지 않았어요?' 이렇게 바로 시작됐던 그런 질문이라든지요. 아이 키우는 게 짐 같다거나 막 그렇게 힘들다고 생각한 적이 없는데, 벌써 질문 자체 약간 '아기 엄마여서 힘들지 않아요'라는 게 딱 그냥 바로 얘기를 하니까요. 내가 이거를 말함으로써 내가 어떻게 비춰질지를 생각하기 때문에 사람들이 말문이 막히는 것 같아요.

승요: 자기가 원하는 대답이 있는 질문, 내 답변을 의식하게 되는 질문. 맞아요. 이건 나쁜 질문인 것 같아요.

Q. 사람들의 말문을 트이게 하는 좋은 질문은 무엇일까요?

승요: 그럼 반대로 당신의 말문을 트이게 하는 좋은 질문은 무엇입니까? 근데 이 질문 자체가 말문을 막히게 하는 것 같기도 하고.

보영: 만약에 인터뷰를 한다고 해도 좀 편안하게 '식사 뭐 드셨어요?' 약간 이런 질문부터 시작해도 나쁘지 않을 것 같아요. 그런 게 조금 긴장감도 풀어주는 것 같고 그런 걸 통해서 내 얘기를 하고 내 취향을 얘기할 수 있는 거잖아요. 만약에 '어떤 음식 좋아하세요? 저는 닭꼬치 좋아해요'라고 물으면, '저는 육식을 안 해서 닭꼬치는 안 좋아해요.' 그러면 이 사람이 채식주의라는 것을 그 답변으로 판단할 수 있잖아요. 그럼 어떤 결인지 약간 느껴지니까요. 편안하게 자기 성향을 드러낼 수 있지 않을까요? 그러고 보니 그것도 생각났어요. '베스킨라빈스31에서 가장 좋아하는 맛을 고른다면?' 이거 다 다를 것 같아서 재밌지 않아요?